1. 시대적 배경과 의미
영화는 1917년 4월, 제1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유럽의 서부전선에서는 독일군이 힌덴부르크 방어선으로 전략적 후퇴를 단행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두 영국군 병사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잔혹성과 인간성을 관찰합니다. 샘 멘데스 감독은 자신의 할아버지 알프레드 멘데스의 전쟁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할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령병으로 복무했었습니다.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전쟁의 무의미함과 동시에 인간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참호전이라는 특수한 전쟁 형태 속에서 수많은 유럽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죽음이 얼마나 허망했는지를 영화는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분투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휴머니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새로운 현대전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기관총, 전차, 독가스, 폭탄 등 새로운 무기들이 등장했고, 이것들은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현대전의 특성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가고 적응해야 했던 개인들의 서사에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전령병이라는 직책을 통해 당시 군의 통신체계와 군사조직의 특성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줄거리와 캐릭터 분석
영화는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 두 영국군 병사가 1600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횡단하는 극한의 여정을 그립니다. 제2 데본셔 연대가 독일군의 함정에 빠지려 한다는 정보을 확인하고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의 수장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에린 무어 장군(콜린퍼스)의 공격 중지 명령을 알려야 하는 엄중한 미션을 받습니다. 두 병사는 시간과 싸우며 9마일에 달하는 위험한 임무를 시작합니다. 특히 블레이크의 형이 그 연대에 있다는 사실은 이 임무에 더욱 절박함을 더합니다. 조지 맥케이가 연기한 스코필드는 신중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전쟁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반면 딘-찰스 채프먼이 연기한 블레이크는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형제애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두 배우는 각자의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전쟁 속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앤드류 스콧, 마크 스트롱과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여 극의 긴장감을 더합니다. 이들은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조금은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서사에서 가끔식 나오는 유명한 배우들은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 요소로 작용합니다.
3. 기술적 성취와 영화적 가치
1917의 가장 큰 특징은 '원 테이크' 촬영 기법의 사용입니다.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은 마치 영화가 끊김 없이 하나의 롱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두 주인공과 함께 여정을 떠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실제로는 여러 번의 촬영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인 것이지만, 그 연결점을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편집이 이루어졌습니다. 샘 멘데스 감독은 이 기법을 통해서 전쟁의 혼란과 긴박함을 관객들이 같이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의도하여 제작했습니다. 촬영팀은 이러한 효과를 위해 특수 카메라 리그를 제작하고, 복잡한 동선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했습니다. 시퀀스마다 철저하게 계획되어 장면들의 매끄러운 연결에 최대한 집중했습니다. 배우들 역시 롱테이크를 소화하기 위해 수개월간의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밤 장면에서 불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장면 구성은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토마스 뉴먼의 음악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극도로 미니멀한 사운드로, 때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장면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듯한 영상과 음악의 조화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들이 모여 1917은 단순한 전쟁 영화를 넘어선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냈습니다. 아카데미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한 것도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인간의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며 전쟁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